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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에서 예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대담한 선언 [미치광이 피에로] - 영화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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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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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에서 예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대담한 선언 [미치광이 피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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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미치광이 피에로

날짜: 2025년 6월 12일 (목)

러닝타임: 오전 9시 ~ 오후 11시 01분 (111분)

장소: 여의도 CGV

 

★ (3/5점)

"형식 파괴와 철학적 성찰을 통해 자유, 소외, 사랑, 역사적 상처를 감각적으로 해체하고 재조립한 영화"

 

1. 낯선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흔드는 시적 형식

<미치광이 피에로>는 서사를 따라가기를 멈추고 감각을 따라 흐르는 영화다. 통상적인 이야기 구조나 인물 중심의 전개가 거의 사라진 이 작품은, 화면 구성과 대사, 음악, 색채가 하나의 시처럼 배열된다. 이로써 관객은 마치 문학이나 회화를 보듯, 장면 하나하나를 감정의 파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눈에 띄는 색채 대비, 무작위처럼 보이는 장면 전환, 일상과 인용이 섞인 대사의 리듬은 기존 영화의 틀을 깨부수는 시도로 읽힌다. 익숙한 리듬에서 벗어난 이 조형적 실험은, 한 번쯤 ‘틀 바깥에서 보는 것’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시적 구조가 주는 감각적 해방감은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일정한 거리감을 형성하게도 한다. 이야기의 명확한 흐름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이 방식이 자칫 무정형한 조각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2. 달리는 몸, 부서지는 감정

영화는 사회를 떠나 도망친 남녀의 여정을 따라간다. 하지만 여기서 여정은 단순한 로드무비가 아니다. 카메라는 인물의 발걸음보다는 그들이 지나가는 풍경과 흔들리는 내면의 그림자에 주목한다.

배경은 현실의 논리와 일치하지 않는다. 지중해 해변에서 갑자기 파리의 아파트로, 붉은 바다에서 초록 언덕으로 순식간에 전환되는 배경은 하나의 감정선으로 연결된다. 이 물리적 비일관성은 억지스럽지 않다. 오히려 ‘자유’라는 이름 아래 무책임하게 흘러가는 현대인의 방황을 시청각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감정 중심의 구조는 때때로 관객에게 감정이 아닌 방향 감각의 상실로 다가올 수 있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왜 이런 장면이 등장하는지도 설명하지 않는 화면은, 예술적 해방감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로함과 거리감을 부를 수 있다.

 

3. 넘치는 언어와 텅 빈 소통

두 인물은 끊임없이 말을 뱉는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예술을 인용하며, 갑자기 시를 읊는다. 언뜻 보기에 철학적이고 시적인 대사처럼 보이지만, 이 언어들은 서로를 향해 흐르지 않는다.

그들은 대화하지 않고, 독백하고, 되풀이하며, 가끔은 서로를 방해한다. 말은 많지만 의미는 적고, 표현은 화려하지만 감정은 단절되어 있다.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현대적 소외의 형상이며, 소통의 공허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의 실험은 때로는 진심을 가리는 장치처럼 작용한다. 감정을 직선적으로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반복되는 단어 속에서 중심을 찾기 어렵고, 어느 순간 감정과 멀어진 채 형식만을 따라가게 된다.

 

4. 사랑을 해체하는 시선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 두 남녀의 도피극이지만, 사실상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를 의심하고, 해체하고, 다시 붙여보는 실험이다. 감정을 교환하는 장면은 점점 사라지고,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점차 갈등, 권력, 오해, 침묵으로 치환된다.

이 과정은 전통적 멜로드라마에 익숙한 관객에게 이질감으로 다가오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구조적 한계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진심이 없어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고, 사랑을 말하면서 서로를 지워버릴 수 있는 시대에 대한 반성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5. 능동적 해석을 요구하는 예술의 전장

<미치광이 피에로>는 결코 편안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다. 화면 속 장면 하나하나가 해석을 요구하고, 대사는 문학적 배경 지식을 자극하며, 편집은 틀을 벗어난 리듬을 강요한다. 이는 수동적으로 영화를 소비하던 관객을 흔들어 깨우는 방식이다.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지점에 함께 서는 것이다. 익숙함이 무너진 자리에서, 관객은 비로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왜 불편했는가?”, “이 불편함은 어떤 진실을 말하고 있었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질적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퍼즐처럼 맞춰지고, 각 장면이 가진 감정의 단서가 서서히 드러난다.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주는 이 구조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다.

 

6. 실제 역사와의 접점: 사회적 현실의 반영

① 알제리 전쟁 이후 프랑스 사회의 혼란 1954~1962년까지 벌어진 알제리 독립전쟁은 프랑스 사회를 깊이 분열시켰고, 특히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게 정치적, 윤리적 충격을 안겼다. 주인공 ‘페르디낭’이 과거 군사 정보국에 근무했던 인물이라는 설정은, 당시 프랑스 정보기관의 검열, 고문, 언론 조작 등을 풍자하는 장치로 읽힌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폭력, 탈주, 무질서의 감정은 바로 그 전쟁 이후의 도덕적 파산과 허무주의를 반영한다.

② 소비자 사회와 미디어 비판 1960년대 프랑스는 TV 보급과 광고 산업의 성장, 대중문화의 상업화가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영화 속 곳곳에 삽입된 광고 문구, 팝송, 브랜드 명칭 등은 현대 자본주의가 인간의 감정과 관계마저도 상품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다르는 이 영화를 “소비 사회 속에서 인간 존재가 얼마나 파편화되고 왜곡되는가를 그리는 실험”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③ 베트남 전쟁과 제국주의 비판 1960년대 중반은 베트남 전쟁이 본격화되던 시기로, 프랑스 내에서도 반전 움직임이 활발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무작위적 폭력과 총격, 폭탄 등의 이미지는 단지 주인공의 파멸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폭력과 국가 권력의 폐해를 상징하며, 종종 삽입되는 정치적 독백은 간접적인 반전 메시지로 해석된다.

④ 실존주의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질문 사르트르, 카뮈로 대표되는 실존주의는 전후 프랑스의 지성계를 이끌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사회 규범을 거부하고 스스로 의미를 찾으려 하나, 끝내 고독과 파괴로 귀결된다. 이는 실존주의가 강조한 ‘자유의 책임’과 그로 인한 불안정한 인간 존재를 정면으로 조명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7. 조각을 쥐여주는 결말

<미치광이 피에로>는 균형 잡힌 이야기나 편안한 감정선은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무너지는 언어, 끊어진 장면, 부서지는 관계, 그리고 찬란한 화면을 통해 ‘영화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 작품은 완성된 의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에게 조각을 쥐여주고, 스스로의 경험과 사유로 그것을 조립하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유와 고립, 감정과 거리감, 예술과 혼돈이라는 낯선 대화 속에 들어선다. 바로 그곳에서 이 영화는, 아직도 유일한 위치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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